-정치권은 종교와의 밀월로 국민적 분노를 사지 말아야 -
요즘 여야는 대선후보를 선출하는 과정에서 저마다 종교계에 눈도장 찍기 바쁘다.
야당의 윤석열은 박근혜정부의 국정농단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무속인의 조언에 따라 행동했던 것으로 유명하다. 논란이 되자 뜬금없이 여의도순복음교회에 출석하여 개신교인 코스프레를 보여줬다. 예수의 십자가에 새겨진 INRI는 반역과 이단의 표식이었는데, 윤석열은 그걸 손바닥에 새겨서 자신의 신앙고백을 입증하기라도 한 걸까?
여당의 이재명은 최근 조계종 원행스님을 찾아갔다. 작년에 경기도는 나눔의 집에 대한 민관합동조사를 진행하고 그 결과 후원금을 엉뚱하게 전용한 사실이 밝혀졌는데, 이 조치에 대한 사과의 뜻을 전달한 것이다. 조사기관의 수장이 피조사기관에 조사행위에 대해 사과한 것은 사실상 공무원의 손발을 옥죄는 언행이다. 이런 상황이 반영된 걸까? 최근 새로 경기도가 선임한 이사에 원행스님의 이해관계인이 포함되어 논란이 되고 있다. 중립적 이사를 임명했더니 이교도라고 배척하던 조계종은 점점 이교도 근본주의의 습관을 닮아가는 듯하다.
경기도 광주시는 최근 천진암 성지화계획을 밀어붙이다 제동이 걸렸다. 가톨릭의 입장만을 받아안아 진행하려다 조계종의 반대에 부딪힌건데, 천진암은 천주교인들을 보호하다 불교스님들이 희생되고 암자는 파괴된 곳이다. 지금은 가톨릭이 사실상 점거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근 가톨릭은 공격적으로 성지를 개발하고 전국을 순례코스화 하고 있다. 심지어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조계종도 비슷한 순례코스상품을 기획하고 있다. 바야흐로 순례코스의 전국시대인셈이다.
종교적 가치는 다양한 가치들과 공존하며 발전해왔는데 작금에 이르러서는 종교근본주의의 외피를 쓴 이해집단들이 선명성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거액의 국가재정이 매년 투입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그 경쟁에 정치인들이 편승하고 있다.
정교분리와 종교자유는 헌법적 가치다.
하지만 분리와 자유는 정치와 종교의 뒷거래를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지 않은가?
바야흐로 밀월의 계절이 다시 돌아왔다.
국민들은 정치와 종교의 밀월을 우려하고 있다.
정치권은 안일하게 종교기득권을 챙기다가 유권자를 등지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